<댄스 댄스 댄스>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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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댄스댄스댄스’라는 제목을 보고 춤을 추며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나 보라고 생각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책의 내용은 비슷하였다.
과거에 있었던 것들 혹은 버리지 못한 것들에 대한 상실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상실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춤을 추라고 말하였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 춤을 추라고. 즉 이 현실이 계속 흘러가는 한, 시간이 흘러가는 한 그 안에서 춤을 추라고 말이다.
6구의 백골
2권에서 유키와 놀러 간 주인공은 그곳에서 키키를 발견하고 키키의 뒤를 따라간다. 키
키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6구의 백골이 있었다. 6구의 백골은 누구의 백골일까?
책 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죽음이 나온다. 그들의 죽음은 이 6구의 백골로 이어진다.
각각의 백골은 학창시절 친구였던 ‘쥐’의 죽음, 키키의 죽음, 고탄다의 죽음, 메이의 죽음, 딕노스의 죽음 그리고 아직 나오지 않은 한 명의 죽음이다.
이 백골들은 주인공이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관념들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상실해야만 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의 과거의 관념들 중에서 가장 깊었던 것이 키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의 모습으로 키키가 등장하고 그를 6구의 백골로 이끈 것이다.
그러나 키키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었을 것이다.
책의 끝 무렵 키키가 했던 말처럼 키키는 결국 그의 그림자인 것이다.
그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 안에 있는 무언가가 그를 그곳으로 이끌고 결국은 상실할 수밖에 없도록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춤을 추어라. 이러한 상실을 딛고 계속해서 춤을 추어라. 음악에 맞춰서 말이다.
결국 이 춤을 추려고 마음을 먹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 ‘나’라는 존재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아마 나오지 않은 하나의 백골은 주인공 자신일 것이다.
언젠가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자신의 백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아마 누군가의 내면에 있는 백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를 상실함으로써 현실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돌핀 호텔
누군가 울고 있다고 느껴지는 돌핀호텔은 결국 주인공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벗어나지 못한 과거에 의해 그 스스로 그를 부른 것이고 그곳에서 양사나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양사나이 또한 그의 내면에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양사나이는 자신은 연결해주는 일을 하며 주인공은 그저 춤을 추라고 한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연결지점이 있는 곳도, 그를 그곳으로 이끈 것도, 과거에서 현재로 인도해주는 양사나이의 존재도 결국 모두 ‘나’ 자신인 것이다.
돌핀호텔이 그 자신이기 때문에 유미요시가 양사나이의 방에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미요시는 호텔에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다.
일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가끔은 호텔과 자신이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만큼 일에 몰두한다.
그래서 그 자신을 나타내는 돌핀호텔과 하나가 되는 순간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양사나이가 있는 곳을 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주인공인 그가 유미요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것도 이러한 사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는 그저 싫지 않은 일을 주어진 대도 열심히 하는 딱 그 정도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제설작업’이라 말하는 그저 행하기만 하면 되는 일을 말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유미요시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는 그녀처럼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간
이 책에는 시간에 대한 표현이나 그에 따른 성장과 변화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다.
고탄다가 주인공에게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구.”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순서대로 한 해가 지남에 따라 나이를 먹어간다고 생각하던 나는 그동안의 나의 성장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언제 성장했는지 떠올려보니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럽게 성장했던 것이 아니라 큰 계기 하나로 절벽 같은 계단을 올랐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는 많더라도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성장하는 한순간을 적게 겪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어리더라도 성숙한 사람들을 보면 대게 사연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모두 이동하며 살아가고 있어.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이동함에 따라 언젠가는 사라져버려.’
우리가 이동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주위가 이동하는 것일까?
아마 그 둘 다일 것이다.
시간에 따라 우리는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은 사라지게 된다. 언젠가는 말이다.
사라짐, 즉 상실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동하더라도 같이 발맞춰 줄 수 있는 사람 한 명 정도는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모든 게 다 변하더라도 내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 나와 같은 길로 가며 보폭을 맞춰 줄 수 있는 사람.
내가 먼저 가거나 상대가 먼저 가거나 하여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라지는 사이 말고 옆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 말이다.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은 사물과 사람의 차이 아닐까?
내가 이동하는 곳으로 사물에게도 이동을 원할 수는 없으나 사람에게는 가능하지 않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옆에 머물러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루키는 상실에 대한 주제를 자주 담는다.
이번 책은 데이터, 연결과 같은 단어를 통해 상실을 극복하고 현실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남들에게 어설프고 제멋대로 보일지라도 나는 만족할 수 있는 내 박자에 맞춰서 춤을 추며 나아가고 있는가?
1. 그들은 숨을 죽이고, 아마도 희미한 그림자처럼
벽을 기어서 복도를 오가곤 했나 보다.
2. 어째서 누군가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가?
3. 그것은 호텔인 동시에 하나의 상황인 것이다. 그것은 호텔이라는 형태를 취한 상황인 것이다.
4. 우리들은 모두가 가공의 세계에서 가공의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었다.
5. 아무튼 가끔 가끔, 달에 있는 것처럼 공기가 엷어진단 말이에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6.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회답이 오지 않는 것이다. 무엇인가 빠져 있는 것이다.
7. 하지만 어쨌든 죽어버렸다. 한 번 죽어버리면, 그 이상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죽음의 뛰어난 점이다.
8. 이따금 그럴 때가 있다. 무엇인가 하찮은 일에 내 마음의 가장 연약한 부분이 자극받는 것이다.
9. 낭비라는 것은 모순을 일으키는 연료이며, 모순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활성화가 다시 낭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고.
10. 나는 누구와도 이어져 있지 않다. 그것이 나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나를 되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와도 이어져 있지 않다.
11. 분명 이상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어. 나는 이해해.
그래서 아가씨가 하는 말을 믿어. 무엇과 무엇이 문득 연결되는거야. 무엇인가를 계기로.
12. 요컨대 그는 내가 사라짐으로써, 그 연륜에 상응하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륜 상응’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연륜 상응”이라고 입 밖에 내어 말해 보았다.
입 밖에 내고 보니, 그건 어쩐지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13. 그것은 나 자신의 심음이다. 나 자신의 심음 속에 내가 뒤덮이고, 포함되어 있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은 없다. 그렇게 나 자신이 말한다.
그저 연결돼 있을 뿐인 것이다.
14.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15. 나에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다. 타인에게 좋은 얼굴을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16.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아무튼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풀어헤쳐 놓지 않으면 안된다.
현실성의 회복을 통한 자기 회복. 어쩌면 이것은 연결의 혼란이 아니라 그것과는 관계없이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연결일지도 모른다.
17. 나와 차가 서로 도와주고 있는 거야. 간단하게 말해 내가 이 공간에 들어가지.
나는 이 차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면 여기에 그런 공기가 생겨. 그리고 차도 그런 공기를 느끼게 돼.
그러면 나도 기분이 좋게 되고 차도 기분이 좋게 돼.
18. “나는 예전엔 인간이란 건 1년, 1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었지.”
고탄다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듯 하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인간은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다구.”
19. 실상과 이미지가 혼란스럽게 엉켜 있었다.
20.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나 목표가 있고, 시행착오가 있어야 사물은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지.
21. “불에 쬐인 종이에 나타난 그림처럼, 그건 거기에 있죠. 보이진 않지만, 알 수 있거든요. 보이지 않는 것으로서 보인단 말이에요. 형상이 없는 형상이에요.”
22. 만나고 싶으면 네가 전화를 걸면 돼. 사람과 사람이 의무적으로 만날 필요는 없어. 만나고 싶어지면 만나면 되는 거야.
우리는 서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을 털어놓아서 비밀을 공유하고 있어. 그렇지?
23. 그런 하루가 있다. 현실적이 되어, 현실적인 현실과 맞붙어 씨름해야 하는 하루.
24. 그 아이가 믿고 있었던 것은 이미지의 세계야.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게 계속될 턱이 없지.
그런걸 지속시키는 데는 정확한 룰이 필요해.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룰을 존중하며 지켜주는 건 아니니까.
상대를 잘못 택하면 지독한 꼴을 당하게 돼.
25. 나는 제대로 춤을 추고 있을까?
26. 괜찮아, 또 내일이 있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내일이 지나면 또 모레가 있어.
27. 세상에는 외팔 시인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외팔 화가도 있고, 외팔 피아니스트도 있습니다. 외팔 투수도 있었지요.
그런데 왜 외팔 시인은 없을까요? 시를 쓰는 데는 팔이 하나든 셋이든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요.
28. 그녀는 주위 사람에게 무엇을 부여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와는 정반대다.
그녀의 존재를 조정하기 위해, 주위에서 조금씩 무엇인가를 부여해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재능이라는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화와 조용함. 그녀가 그것을 얻어내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은 모두 다리나 팔을 그녀에게 내밀어야만 하는 것이다.
29. 나이를 먹으면 암시의 암시성이라는 것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암시성이 현실의 형태를 띠기까지 가만히 기다릴 수 있게 된다.
페인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30. 싫어도 모두들 성장하는 거야. 그리고 문제를 안은 채 나이를 먹고, 모두들 싫어도 죽어가는 거야.
31. 자세의 문제야. 여러 가지 사물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사랑할 수 있어.
기분 좋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고 말이야.
32. 천천히 그런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 돼. 무엇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사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보면 돼.
그리고 공평한 눈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하면 되는거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연히 알 수 있게 돼.
33. 굉장히 정상적이라는 것은, 동시에 빗나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거든.
34. 무력감. 뭔가 거대한 것에 의해 휘둘리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어쩔 도리가 없는 그런 기분.
35. 그게 아저씨의 열쇠가 아닐까요? 아저씨는 죽음을 통해 세계와 이어져 있는 거예요, 틀림없이.
36. 어떤 종류의 인간은, 그런 것을 손에 넣음으로써 진짜 차별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여느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렇게 하면 ‘결국 모든 사람들과 똑같아지고 있다는’걸 알아채지 못하는 거야.
37. 나나 너도 세상으로부터 스르륵 흘러내리고 있는 거야. 새삼스레 걱정할 필요도 없겠지. 유유히 놀면서 지내면 돼.
38. 평범함이란 흰옷에 묻은 숙명적인 얼룩과 같은 것이다. 한 번 묻은 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39. 어떤 종류의 일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거야. 입 밖에 내면 그건 거기서 끝나버려. 다시 몸에 깃들지 않아
40.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걸 소중히 하면 돼. 그게 죽은 이에 대한 예의야.
시간이 지나면 여러 가지를 알 수가 있어. 남아야 할 것은 남고, 남지 않을 것은 남지 않거든.
시간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줘. 시간이 해결할 수 없는 걸 네가 해결하는 거야.
41. 여러 가지가 상실돼 간다고 나는 생각했다. ‘계속 상실해 가고 있다.; 언제나 혼자만 외톨이로 남게 된다. 이런 식으로, 언제나 이런 식으로.
42. 우리는 모두 이동하며 살아가고 있어.
우리 주위에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이동함에 따라 언젠가는 사라져버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사라질 때가 되면 사라진다구. 그리고 사라질 때가 올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아.
43. 당신을 부르고 있던 것은 당신 자신이에요. 나는 당신 자신의 투영에 지나지 않아요.
나를 통해 당신 자신이 당신을 부르며, 당신을 이끌고 있었던 거예요.
당신은 당신의 그림자를 파트너 삼아 춤을 추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당신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요.